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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가의 숫자유감》 6화 그래프 읽기 :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거짓말

아티클

by 잡학툰 2024. 2. 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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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만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숫자를 안 볼 수 없는 삶이 도래했다. 매 일 뉴스를 보면 코로나 확진자 숫자부터 세금 인상률 등 숫자가 넘실댄다. 우리의 삶은 어느새 숫자가 알알히 박혔으나 보기 좋은 숫자라고는 통장에 찍히는 소득뿐이다. 게다가 ‘데이터’라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기 시작하면서, 그 데이터는 뭔지 확실히 모르겠어도 모든 일에서 숫자를 말하는 것이 더 일반화되었다.

 

이렇게 많은 숫자를 보고 살지만 사실 구구단을 배우던 시절부터 화면 가 득 숫자와 기호만 표시되어 있으면 머리가 아파왔다. 많은 숫자 중에서 특정 숫자가 더 중요하고, 어떤 숫자들은 이어서 봐야 하고... 하는 정보를 한 눈에 들어오게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래프가 등장한다.

 

데이터 시각화라고도 말하는 그래프나 도표는 굉장히 유용하다. 그래프를 사용하면 여러 숫자를 써서 겨우 설명해야 하는 것을 예쁘고 쉽게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숫자가 늘고 줄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어, 숫자로 표현된 상황 이나 현상에서 빠르게 얻기 힘든 통찰을 훨씬 쉽게 얻는 데 잘 만들어진 그래프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

 

하지만 숫자도 객관적이지 못하지만, 그 뒤에 숨은 사람들의 의도는 너무 나도 주관적이라 그래프를 ‘객관적 현상 이해’만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상대를 설득하고, 놀라게 하고, 혹은 자신의 의도대로 선동을 하고, 감동을 주는 데 그래프를 사용할 수 있다. 혹은 최소한 ‘무언가 있어 보이게’, 데이터를 ‘예쁘고 멋지게’ 보이게 하려고 그래프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렇게 만들어진 그래프를 볼 때 사람들은 ‘숫자’보다는 ‘모양’에 압도당하고, 만든 사람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결과를 머리에 넣게 된다. 그래프를 만든 사람은 이를 ‘효과적 전달 방식’이라고 하고, 이런 의도를 간파한 사람들은 ‘뻥튀기’라든가 ‘잘못된 그래프’라고 이야기를 한다. 언론에서는 특히 그래프 오용이 심하다. ‘인포그래픽’이란 이름으로 숫자도 제대로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는 크기 비교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이런 그래프는 ‘그래프가 존재한다’ 이상으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 아니, 그래프를 이용해서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이는 인포그래픽만의 문제가 아니다. 완전히 잘못된 극단적인 그 래프가 아니더라도, 기업 솔루션에서 보여주는 차트나, 회사에서 사용하는 보고서에도 가끔 이런 잘못된 그래프가 들어가 있다. 이런 곳에서의 그래프 눈속임은 더 정밀해서 더 찾기 힘들다. 게다가 이런 그래프는 위의 그래프처럼 도형과 숫자가 서로 완전히 다른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Y축을 임의로 사용하여 그래프의 변화량을 더 크게 만들고 값의 차이를 더 도드라지게 만들기, 혹은 그 반대로 해서 큰 차이도 눈에 띄지 않게 하기, 막대 그래프의 중간을 잘라서 여러 막대 간의 값 비교를 불명확하게 하기 등으로 조율된 그래프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데이터 내용을 잘못 이해하기 쉽다.

 

그래프는 결과물을 더 예쁘게 만들고, 사람들이 숫자만 빽빽한 결과를 보다가 머리가 터지지 않게 하는 훌륭한 역할도 담당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래프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그래프 자체는 아무런 의도도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그래프를 보며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각 그래프가 나타내는 숫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역으로 파악해서 머릿속에서 다시 숫자 필터를 거친 후에 결과를 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그래프에 속지 않고 제대로 된 정보를 읽을 수 있다. 그래프가 자신의 기본적 목적을 달성한다고 믿고 싶고,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편견 없이 이해하고 싶지만, 세상 사는 것이 그렇게 만만할 리 없다는 것은 데이터를 보는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쉽게 보려고 사용한 그래프에 오히려 더 뒤통수를 맞고, 세상 사는 것은 도구에 상관없이 만만치가 않으며, 어디에도 친절한 은총알 따위는 없고 그림으로 만들어진 많은 데이터는 주관적으로 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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